이 포스트는 예전에 이글루스에 썼던 글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date of the original post: 2012-05-14)
초등학교 때부터 줄창 배워온 5대 영양소 다들 기억하시는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여기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이 세가지는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하루에 몇 그램 내지 몇 백 그램 단위로 먹어줘야하는 영양소들이다. 무기질은 나트륨, 칼륨, 칼슘 등 에너지원은 아니지만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 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물질을 말한다. 그리고 비타민이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또는 무기질에 비해 극미량만을 필요로하지만 그 극미량이 건강유지에 아주 중요하고 또한 그 물질이 몸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줘야하는 물질을 말한다.
그럼 각각의 비타민 종류 별로 쬐끔만 더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비타민 C.
웬만한 비타민들이 그러하듯, 비타민 C도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 무지 많다. 그중에서 젤 잘 알려지고 또 중요한 기능 하나만 꼽자면 바로 콜라겐 합성의 도우미 되시겠다.
콜라겐이란 우리 몸 안의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일종의 단백질로서 조직이 튼튼하고 탱탱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에도 있고, 혈관에도 있고, 연골에도 있고, 잇몸에도 있다. 그런데 몸에서 콜라겐을 합성할 때는 작은 펩티드(단백질을 구성하는 작은 단위)를 여러 개 합치고 그걸 또 합치고 그걸 또 합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밧줄처럼 튼튼한 단백질이 탄생하게 된다) 이 과정에 비타민 C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고로 비타민 C가 부족한 경우 콜라겐 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잇몸이 약해지고 피가 나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게 되고 피부가 푸석해지게 된다(심한 경우를 괴혈병이라 한다).
또 다른 유명한 기능이 바로 항산화기능이다.
주변의 다른 물질보다 먼저 자기가 요렇게 산화되어버림으로써 다른 물질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뭐, 위의 화학식은 이해못해도 전혀 괜찮다. ㅎㅎ 어쨌든 강력한 항산화제라는 거.
비타민은 그 정의에서부터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몸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줘야한다. 비타민은 그 정의에서부터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아주 적은 양만을 필요로 하지만 음식물에도 그만큼 적은 양만 들어있기 때문에 각 비타민 종류가 어떤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지를 아는 것이 유용할 수 있겠다. 비타민 C의 경우 오렌지, 귤, 자몽 등에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다만 비타민 C는 열에 쉽게 파괴되므로 오렌지 쨈이라든가 타르트 따위는 비타민 C 공급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한다.
다음은 비타민 A.
요렇게 생긴 이 녀석이 레티놀이다. 흔히 말하는 비타민 A는 사실 한 가지 물질이 아니고 이 레티놀이라는 녀석이 이러저러하게 변형된 다양한 물질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음식물에 흔히 들어있는 물질은 위 그림과 같은 레티놀이 아니고 여기에 기이이일다란 지방산이 하나 붙은 retinyl palmitate인 경우가 많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줄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구조도 그려봤다.
베타 카로틴도 비타민 A의 일종이다. 정확히 말하면 프로비타민 A 즉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이다. 왜 전구물질인지는 구조를 보면 감이 온다.
위에 레티놀 그림이랑 비교해보면, 레티놀 두 개를 앞뒤로 붙여놓은 것과 같은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이 물질이 장에서 둘로 쪼개져서 비타민 A로서 쓰이게 된다.
비타민 A의 역할 중 젤 중요한 것은 시력이다. 레티놀의 -CH2-OH(알콜기)가 -CHO(알데히드)로 바뀐 물질을 레티날retinal이라고 하는데 이 레티날은 옵신opsin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해서 로돕신rhodopsin이라는 일종의 색소를 구성한다. 바로 이 색소가 빛을 흡수해서 그 에너지를 시신경에 전달해서 뇌가 그 빛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이 생기는 이유다.
비타민 A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 많다. 간이나 계란, 우유 등등. 물론 널리 알려져있듯이 당근과 같은 녹황색 채소에도 많이 들어있다. 실은 베타 카로틴이 바로 당근이 당근 색을 띠는 원인이다. 유의할 것은 비타민 A는 지용성 비타민이라는 점이다. 비타민 C처럼 물에 잘 녹는 게 아니라 지방에 잘 녹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타민 A 공급원으로서 당근은 기름에 볶아 먹는 것이 좋다. 실제로 기름기를 극도로 제한하는 심한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비타민 A 등 지용성 비타민이 부족해져서 건강을 해치게 된다. 동물성식품으로 섭취되는 특성상 아프리카 최빈국에서는 비타민 A 결핍증이 아주 흔한데 야맹증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명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번엔 비타민 E.
비타민 E 역시 여러가지 물질에 대한 통칭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요렇게 생긴 토코페롤이라는 녀석이다. 분자 구조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 델타 토코페롤의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 몸에서나 음식물에서 가장 흔한 것은 위 그림과 같은 알파 토코페롤이다. 토코페롤 말고 토코트리에놀이라는 물질도 비타민 E에 속한다. 구조를 보면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코페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알파부터 델타까지 네 종류로 나뉜다.
비타민 E의 기능은 아주 다양하고도 복잡하다. 항산화기능도 있고, 다양한 cell signaling에 관여하며 platelet aggregation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사실은 나도 아는바가 거의 없다;;) 그러나 뭐 사실 비타민 E는 정상적인 식생활을 하는 사람에게서 부족할 일이 거의 없는 관계로, 위장관계 대수술을 받아서 장기간 주사약으로만 연명하는 환자가 아닌 경우 걱정할 일이 전혀 없는 그런 비타민이다. 그러고보면 토코페롤 다량 함유! 어쩌고 하면서 광고하는 각종 보조식품들은 참 쓸 데 없는 물건들인 셈이다. 굳이 꼽아보자면 견과류나 토마토 소스 같은 데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비타민 D.
사실 비타민 D는 우리 몸에서 합성이 되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비타민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극미량으로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비타민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비타민 D는 아래의 그림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몸 안에서 합성된다. 맨 왼쪽 물질은 피부에 존재하는 일종의 콜레스테롤인데 이것이 자외선을 받으면 링구조가 끊어지면서 두번째 물질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비타민 D, 정확하게는 vitamin D3라는 물질이다. 이렇게 피부에서 합성되었거나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비타민 D는 나아가 간이나 신장 등에서 calcidiol, calcitriol 등으로 바뀌게 된다.
비타민 D가 다른 비타민들과 다른 또 한가지는 일종의 호르몬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비타민 D에서 변형된 형태인 calcitriol은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처럼 콜레스테롤에서 합성되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이렇게 비타민 D로부터 호르몬이 합성된다는 뜻에서 비타민 D를 일종의 prohormone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호르몬들은 적절한 세포 안에 들어가서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전문용어로 transcription factor). 비타민 D에서 변형된 calcitriol은 칼슘 흡수에 필수적인 단백질들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 D가 부족한 경우 뼈가 약해지는 이유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D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하루 십분인가 십오분 정도 햇빛을 쬐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물론 북유럽 등 겨울이면 햇살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동네에서는 계절에 따라 비타민 D 보충제 섭취를 권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는 것은 피부노화를 막아주는 한편으로 골다공증의 위험도를 크게 높이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SPF 15인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경우 비타민 D 합성 능력이 98% 감소한다고 한다). 내가 자외선 차단제를 안바르는 것도 다 뼈건강을 생각해서라는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