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예전에 이글루스에 썼던 글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date of the original post: 2012-05-15)
비타민 B는 사실 여덟가지 서로 다른 비타민을 대충 한덩어리로 묶어 부르는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는 어떤 식물성 추출물을 하나의 물질인 줄 알고 비타민 B라고 부르기 시작했었는데 알고보니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가지라서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줄 수 밖에 없었던 거다. 그래서 비타민 B1, B2, B3, B5, B6, B7, B9, B12 등등의 이름이 존재하게 되었다.
일단 그 중에서 먼저 비타민 B9. 순서는 내맘대로. ㅎㅎ
사실 이 물질은 비타민 B9이라는 이름보다는 엽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비타민 B9은 몰라도 엽산은 들어봤을거다.
뭐 요렇게 생긴 녀석이다. 이 물질도 몸에 들어가서 몇가지 변화를 거쳐 THF(tetrahydrofolate)라는 형태로 변한 다음에야 기능을 하게 된다.
이 물질은 무려 DNA 합성에 있어서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한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들을 합성할 때 메틸기를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생화학적인 설명을 덧붙일까 잠시 생각했으나 쿨하게 생략하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이 THF가 없으면 DNA합성을 충분히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DNA 합성을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DNA 합성이라는 것은 세포가 분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단계이므로, DNA 합성을 충분히 못한다는 것은 곧 세포 분열을 잘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엽산이 부족한 경우에는 활발한 세포 분열이 요구되는 생리작용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우리 몸에서 정말정말 활발한 세포 분열이 요구되는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태아’다. 임신 중 엽산 부족이 neural tube defect라는 특정 기형아 출산 확률을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추신경계 형성이 잘 안되는 증상인데, (전문용어로 neural tube가 닫히지 않는거라고나 할까) 척추 중간이 뻥 뚫린 상태로 태어나 대수술이 필요하거나 심하면 무뇌아로 태어날 수도 있다. 태아 발생 초기에 아주아주 활발한 세포분열이 요구되는 시기에 엽산이 부족한 경우 이런 기형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임신과 관련해서는 엽산 보충제가 강력하게 권장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neural tube defect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임신 전후의 8주간 엽산 섭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먹기 시작하면 이미 늦고,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먹기 시작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경우 엽산 보충제는 그 효과가 증명된 거의 유일한 비타민 보충제라 하겠다.
그밖에 우리 몸에서 활발한 세포 분열이 요구되는 곳으로 조혈세포를 들 수 있겠다. 적혈구 백혈구를 생산하는 곳이다. 한 사람 몸 안에 적혈구는 대략 20-30조 개 존재하는데 한 번 만들어져서 성숙하고 나면 석 달에서 넉 달 정도 혈관을 돌다가 수명을 다해 파괴된다. 즉 서너달에 20-30조 개의 적혈구를 새로 만들어야한다는 거다. 계산해보면 초당 이백만 개 이상의 적혈구를 새로 만들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하야, 조혈기능 또한 엽산이 부족한 경우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빈혈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엽산이다. 엽산 부족에 의한 빈혈의 경우 세포분열의 다른 준비과정에는 문제가 없는데 DNA 합성을 못해서 세포 분열이 멈춰버리게 되기 때문에 정상보다 큰 거대적혈구가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비타민 B12를 간단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비타민 B12는 부족한 경우 증상이 엽산이랑 거의 겹친다. 비타민 B12의 기능은 대부분 엽산(정확히는 THF)을 regenerate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타민 B12가 부족한 경우 THF를 재활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엽산이 부족한 경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비타민 B12와 관련한 특이사항 한 가지는, 흡수과정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위장벽에서 만들어지는 intrinsic factor라는 단백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단백질에 붙은 상태로 소장까지 이동한 후 소장에서 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자유로워진 비타민 B12가 소장벽에서 흡수된다. 이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 위장 내의 산성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된다.
그밖에 다른 비타민 B 종류들은 간단히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나도 잘 모르고, 뭐 별로 크게 재미있는 내용도 없고;;
비타민 B1는 보통 티아민thiamine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바로 그녀석이다. 부족한 경우 각기병beriberi을 일으킨다는 바로 그녀석. 티아민이 당대사 등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족한 경우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근육이나 소화계, 신경계 등에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현미가 백미보다 몸에 좋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도정과정에서 티아민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각한 결핍증은 알콜중독이나 영양실조가 심각한 경우에 나타난다. 참고로 알콜중독의 경우 단지 밥 대신 술을 먹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화학적 이유에 의해 영양실조가 나타나게 된다. 알콜과 관련된 얘기는 언젠가 자세히 다뤄볼 생각이다. (공부 좀 더 해보고 ㅎㅎ)
비타민 B2는 리보플라빈riboflavin이라고도 하는데, 에너지 대사에 아주아주 중요한 FAD라는 cofactor를 구성하는 성분이다. 결핍증은 영양실조 또는 다른 질병으로 인해 위장관기능이 크게 떨어진 경우 말고는 뭐 그리 크게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닌 듯하다. 리보플라빈은 가장 흔하게 쓰이는 오렌지색 식용색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비타민 B3는 니아신niacin을 가리킨다. 부족한 경우 흔히 펠라그라병이라고 하는 피부병이 생길 수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치매,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하지만 역시 심각한 영양실조나 위장관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별로 걱정할 일은 없다.
아.. 비타민 B는 이제 그만.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어..
진짜 마지막으로 비타민 K.
이 물질이 실제로 하는 일은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glutamate에 카르복실기를 붙여서 변형시키는 것인데, 어떤 단백질을 그처럼 변형시키는가에 따라서 여러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그중에서 중요한 것으로는 뼈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osteocalcin이라는 단백질에 그와 같은 변형을 일으킴으로써 뼈 건강을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것과 혈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들에 그와 같은 변형을 일으킴으로써 혈전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는 것 두가지를 들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