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비만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 몇 가지

이 포스트는 예전에 이글루스에 썼던 글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date of the original post: 2015-08-17)

며칠 전에 우연찮게 엄청 흥미로운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읽었다.

무려 미국정부에서 발간하는 식상활 가이드라인에까지 당당히 포함되어 온 ‘아침 거르면 살찐다’는 오래된 몇제가 알고 보니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었다며, 올해 새로 발간하는 식생활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조언이 빠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이었다.

헐.

나름 식생활과 비만 등등에 대해 꽤나 공부한 나도 ‘아침을 먹는 게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라고??

기사에 언급된 David Allison 교수의 논문을 좀 찾아봤다. 무려 NEJM에 재작년에 실린 ‘Myths, Presumptions, and Facts about Obesity(비만에 관한 근거없는 믿음과 진실)’이라는 논문이 있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NEJM이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라는 영국의 유명 학술잡지로서, 의학 분야에서는 네이처 싸이언스 급, 최고, 킹왕짱인 잡지 되시겠다.

반대되는 증거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믿음(‘myth’)과 증거가 부족해서 옳다고도, 틀리다고도 하기 어려운데도 진실이라고 잘못 알려진 믿음(‘presumption’) 그리고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된 진짜 사실(‘fact’)로 나누어 비만과 관련된 명제들을 정리해 놓은 논문이었다.

이 논문과, 같은 저자의 최근 논문에서 소개된 것들 중에서 널리 알려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주로 나도 잘 몰랐던 것들)을 추려서 여기에 정리해본다.

*** 틀린 명제들 (‘myths’)

실현 가능한 감량 목표를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중 감량을 시작할 때 과격한 목표를 세운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살을 빼고, 감량한 몸무게를 더 잘 유지한다고 한다-_-

급격하게 살을 빼면 천천히 뺀 경우에 비해 감량한 몸무게를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

급격하게 빼든 천천히 빼든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_-

모유를 먹고 큰 아기가 분유 먹은 아기보다 자라서 비만이 될 확률이 낮다

여태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건대 모유를 먹고 자랐는지 여부와 자라서 비만이 되는지 여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단다.

매일 몸무게를 재는 건 살 빼는데 좋지 않다

매일 몸무게를 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성행위는 100에서 300킬로칼로리 정도를 소모한다

성관계가 평균 6분 걸린다는 가정 하에, 30대 초중반 남성이라면 어림잡아 21킬로칼로리 정도를 소모하는 걸로 계산되는데, 그냥 테레비만 봐도 7킬로칼로리 정도는 소비할테니까 성행위로 인해 추가로 소비되는 에너지는 14킬로칼로리 정도란다.

*** 아직 알 수 없는 명제들 (‘presumptions’)

아침을 거르면 살이 찐다

아침을 먹으면 살이 빠지고, 아침을 거르면 살이 찌는 게 아니라, 원래 아침을 먹던 사람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듯. 원래 아침 안먹던 사람이 아침을 먹기 시작하면 살이 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_- 생각해보면 추가로 에너지를 섭취하는 건데 살이 찌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 전에 먹으면 살이 찐다

‘자기 전에’ 먹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인지, 시간과 상관없이 단순히 추가로 에너지를 섭취하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인지 아직까지 분명히 밝혀진 바 없다고 한다.

요요가 심하면 사망률이 올라간다

요요 때문에 사망률이 올라가는 게 아니고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요요도 겪고 사망률도 올라가는 것인 듯.

군것질을 하면 살이 찐다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먹는 (군것질을 즐기는) 식습관이 살을 찌게 한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다. 아침식사와 마찬가지로, 결국 섭취하는 에너지의 총량에 영향을 주는지가 제일 중요한 듯.

‘세 끼니 중 아침식사가 제일 중요합니다’, ‘저녁 6시 이후에는 먹지 마세요’, ‘요요를 방지하려면 살을 천천히 빼야 합니다’ 따위의 조언들이 각종 전문가들한테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뭔가 굉장히 옳지 않다는 느낌이다;;